대중들 앞에서 말 잘하는 사람이 나는 참 부럽다. 달변으로 청중을 휘어잡고 연단을 쾅쾅치며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리는(구라를 치는) 정치가까지는 아니더라도 명견만리 같은 프로에서 자신의 주장을 조근조근 펼치고 감동을 전달하는 다양한 직종의 강연자를 볼 때면 참말로 말도 잘한다는 생각에 부러워서 그러지..
“어이~유주사~~ 감나무 밭에 풀 언제 베나?” 어제만 세 번 들은 말인데, 물론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은 아닙니다. “쯧쯧쯧... 농사라는 게 심어놓으면 되는 줄 알고...” “이 사람아~ 실없이 웃음만 흘리고 다니지 말고 밭에 풀이나 좀 베지 그래~~” 감나무보다 더 무성한 잡초를 보다 못해 얼른 베라고 재촉하는..
세상에 배부르지 않고 새끼를 낳는 개는 없다. 두달 전 나에게 순수한 사랑을 고백해온 이웃동네 변견 칠복이를 내치고 주인님이 정해준 훌륭한 가문의 신랑과 혼례를 올렸지만 내 배는 불러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인님은 내가 임신을 한 줄 알고 있었고 출산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단지 내가 혼례를 올렸다는 그 ..
올해도 겹접시 꽃이 피었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가는 우리 집 앞에 겹접시꽃이 군락을 이루었는데, 흔히 보는 접시꽃과는 달리 꽃잎이 겹겹이 피어 느낌이 완전 새롭다. 꽃이 풍성하게 핀 모습이 마치 모란을 보는 듯한데 색깔도 분홍, 노랑, 하양, 빨강, 미색, 흑색까지 다양해서 지나가는 둘레꾼들의 사진 촬영 ..
블루베리 밭에 관수시설이 고장 났다. 다시 물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중간밸브 세 개를 교체해야 하는데 어려울 건 전혀 없다. 이 시설은 내가 사람을 부르지 않고 처음부터 자재를 구입해서 직접 설비한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고장 대비 교환용 부품도 준비해둔 게 있어서 곶감 한개 먹..
1.나는 하루 중 저녁산책 시간을 제일 좋아한다. 산책은 보통 저녁 먹고 배 만지며 구시락재를 넘어 엄천강변을 따라 걷고 나서 다시 집으로 치고 올라오게 되는데. 약 40분 정도 걸려 체력적인 부담도 없다. 여름에는 땀이 제법 나지만 봄가을에는 더없이 쾌적하다. 특히 꽃이 많이 필 때는 눈도 즐겁지만 향기가 있..
느닷없이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전화가 왔다. 십수년 전 이야기다. 첨에는 내가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닌데 뭔가 착오가 있던지 누가 장난치는 거라 생각했는데, 착오도 아니었고 장난도 아니었다. 우리 집 개와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출판사는 어린이 전문 책 출판으로 제법 이름이 있는 곳..
정원에 꽃나무 가꾸며 욕심내는 사람은 어리석다. 마음에 드는 꽃나무와 화초 두어 가지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어 정성껏 가꾸고 꽃이 피면 꽃을 즐기고 꽃이 지면 감사한 마음으로 다음을 기약해야지, 꽃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정원은 자아의 은유인 것이다. 내가 십 수년 전 산골마을에 집..
오월이다. 하지만 결코 오월 봄비라고 할 수 없는 비가 내린다. 엄천강이 많이 불었고 바람도 태풍 급이다. 집주변 비설거지 한 번 더 해놓고는 읍에 있는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연식이 오래되다 보니 허리가 시원찮아져 사우나를 자주 하는데 오늘따라 목욕탕에 사람이 북적댔다. 평일인데, 장날도 아닌데 숭늉에 밥..
보이스피싱이 극성이던 7~8년 전 쯤이었나 보네요. 그땐 폴더폰이었는데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해 해외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화면에 발신자 전화번호 대신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는 표시가 떴지요. 그런 표시가 떠는 전화는 보나마나 중국발 보이스피싱 이었어요. 한번은 해외전화라는 표시가 뜨는데 대뜸 곶감..
농업경영인 모임 날짜를 잘못 알고 읍에 갔다가 허탕 쳤네요. 내일 다시 나가야 합니다.ㅠㅠ이제 나이가 드니 깜빡깜빡합니다. 한번은 스마트폰이 안보여 온가족이 나서서 대대적으로 찾았는데, 찾다가 찾다가 포기하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니 거기 있더군요. 볼륨을 죽여 놓는 바람에 전화를 걸어 추적해도 소용없고 ..
1.이웃 마을에 사는 칠복이는 엄천골에서 태어나는 강아지 두 마리 중 한 마리의 아빠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변견이다. 그 능력개 칠복이가 우리집 우편함 아래에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마법에 걸린걸 우째 알았는지 노란색 펜슬로 메시지를 갈겼는데, 나에게 개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칠복이는 변견이지만 내가 ..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거실에 누워 드라마를 보던 아내 비명소리에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소파에 기댄 채 책을 보던 나는 “왜 그래~ 또 왜 그래~”하며 벌떡 일어났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은 아닌지라 내심 놀라거나 걱정은 안했지만 얼른 책을 덮고 아내 주변을 살폈다. 남자는 이럴..
주인님이 일주일째 감나무 전정 작업하고 있다. 혼자 높은 사다리에 올라서서 톱을 들고 똥마련 폼으로 끙끙대는데 정말 가관이다. 사다리 위에서 겁먹은 표정으로 톱질을 할 때마다 이빨을 꽉 깨문다. 톱이 오락가락 하지만 이빨로 자르는 것처럼 용을 쓴다. 찡그린 얼굴로 이빨을 깨문 채 아래턱이 왔다갔다하며 나..
떫은 감 과수원을 조성한지 칠년이 되었다. 곶감용 함양고종시와 덕산고종시, 대봉감을 심었는데 재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수확을 하고 있다. 재작년에 80박스 첫 수확했고, 둘째 해인 작년에는 150박스를 수확했다. 곶감 만들 원료감 전량을 구입해오다가 비록 일부나마 직접 농사지은 감으로 곶감을 만들게 되니 그..
어제 페이스북으로 미모의 미국 여군이 친신을 해 왔길래 친구하기엔 나이 차가 좀 나 보이지만 SNS니까 머 친구 못할 거도 없지 싶어 오케이 했다. (므흣~ 오십대에 삼십대 여성이 친구하자고 하거든~ 나 그닥 바쁘지 않다고 전해라~~) 잠시 후엔 또 카불에 근무한다는 미군 중장이 친신하길래 페이스북은 월드 SNS..
그러니까 그날은 주말이었습니다. 늦은 밤에 마당에서 본 달은 정말 머리카락처럼 가늘게 사위어 실바람에 사라질 것 같은 그믐달이었지요. 아내와 나는 거실에서 늦게까지 책을 보고 있었고 중간고사를 막 끝낸 두 아들은 홀가분한 기분에 하루 책을 덮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자정이 막 지나 눈이 슬..
이가 아프면 걍 치과에 가면 되는데 좀 참으면 혹 괜찮아지지 않을까 하는 근거없는 희망에 뭉기적거리고 만용을 부렸습니다. 그렇게 보름쯤 미루다 어제 구겨진 용기를 펴고 드뎌 치과에 갔습니다. 긴 연휴동안 나처럼 이빨땀시 고생한 사람이 많았던지 대기실에는 기다리는 환자가 많더군요. 근데 고맙게도(?) 정작..
감나무 밭에 거름을 주려고 나서는데 바람이 매섭습니다.우수와 경칩 틈으로 개구리가 나올 듯 말 듯 애매한 날씨. 집을 나서다 차가운 공기에 멈칫,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 던졌던 잠바를 다시 입으려 집에 도로 들어가는데 현관에서 난감한 일을 당했습니다. 현관 잠금장치가 또 말썽을 부립니다. 지난 해 한번 수리..
지리산 둘레길이 생긴지 6~7년쯤 되었다. 처음 지리산 둘레길이 조성되고 그 길이 다른 곳도 아닌 바로 내가 사는 마을 우리 집 앞을 지나가게 되니 이거 참 신기하기도 하고 거짓말 같기도 했다. 조용하던 엄천골짝 운서마을에 배낭을 맨 둘레꾼들이 하나 둘 지나가기 시작하더니 강호동이 나오는 일박이일에 방영된..